라바의 발견
저녁 시간만 되면 조카녀석이 TV앞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이라고 하는 것들은 저녁시간이 되면 기모노를 입은 주인공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게 못 마땅한 저는 조카에게 케이블TV를 가급적 못 보게 하지만 옆에 하루 종일 붙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어느날 조카가 왜색이 짙은 만화영화를 보고 있길래 다른 만화영화를 보여준다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습니다. 조카의 나이는 6살, 뽀로로는 시시하다며 안보고 다른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을 발견했습니다. 국산 애니메이션 라바였습니다. 그날 6살 조카와 함께 라바를 보며 낄낄 웃으면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습니다. 2011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는데 이렇게 늦게 라바를 만난게 조금은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귀여운 하지만 처절한
라바는 횡단보도 아래의 하수도에서 살고있는 애벌래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데요. 비주얼은 귀엽기도 하지만 때로는 엽기적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들의 비주얼은 딱 초등학교학생들을 위해 귀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의 하수도 아래에서 하루하루의 처절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아동용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매 에피소드를 해피엔딩으로 끝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라바가 무거운 주제 의식으로 초등학생을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뇌하는 철학자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삶의 고단함을 라바만의 몸개그와 절묘한 상황설정으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이것이 정녕 국산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셀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동작이 경직되거나 정적인 화면을 많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디즈니가 대표하는 미국 애니메이션들은 자연스러운 동작들이 특징이죠. 셀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에는 일본과 미국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경제성과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로 대변되며 서로 공존하거나 서로 존중해줬지만 3D애니메이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 애니메이션에 압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아직 일본 애니메이션은 건재하고 나름 영향력이 있지만 3D애니메이션은 미국이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라바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며 분명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었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검색을 통해 순수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몇 해 전 붐이 일어났었는데, 아마도 그 유학생들이 상당수가 국내로 돌아오거나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캐릭터들의 삶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과 깨알 같은 표정연기를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내다니 국내 애니메이션의 눈부신 발전에 놀라웠습니다.
모두에게 적극 권장
저도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며 공부한 적이 있어서 예전에는 아동용이든 뭐든 사람이 만들어서 움직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이를 먹고 꿈과는 조금 멀어진 길을 걷고 있어 아동용이라고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관심이 잘 안가는 편입니다. 사실 가족용 애니메이션이라고 나오는 상당 수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끌 수 있게 제작하는 편이고 어른들에게는 큰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라바는 코 흘리게 아들에서 신문만 보던 아빠까지 모두 TV 앞에서 낄낄거리며 웃음을 선사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래는 Youtube에 올라온 라바 에피소드입니다. 감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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